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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처럼 그저 스쳐가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by 바다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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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24
    소소한 아침식사
  2. 2019.10.23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3. 2019.10.21
    그림을 그려보자
  4. 2019.10.20
    누룽지 파티
  5. 2019.10.19
    산타클로스가 되어 보자

 

 

평일 아침에는 주로 누룽지를 끓이거나 바게트빵을 2~3조각 구워서 적당한 야채와

함께 먹을 때가 많다.

아무래도 아침에는 야채를 얹은 푸짐하고 담백한 샐러드가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든든한 느낌도 준다.

어릴적 부터 어머니께서 아침을 거르지 않고 먹고 가도록 세심하게 챙겨주신 덕분에

아침은 꼭 먹어야  하루가 편안하게 시작되는 것 같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허둥지둥 출근을 하면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아서 뭔가 허전하고 안정감이 덜하다. 자식들에게 지극하셨던 어머니

덕분에 좋은 습관을 평생 가지고 사는 것이다.

 

출근준비가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식사시간을 꼭 할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잘 챙겨먹고 출근해서 사무실을 정돈한 후에 차분히 앉아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가히 환상적이다.

일상의 활동을 활력있게 해주고 하루종일 사람들 대하느라 웃고있는 에너지도

아침의 든든한 시작으로 부터 그 에너지 충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여긴다.

세상에 필요한 작은 부분을 담당하는 하루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챙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해준다.

매일 쉬지않고 몸의 모든 기관들이 부지런히 자신의 기능을 잘 수행해 주는 덕분에

건강한 몸과 밝은 미소로 주어진 업무를 하루종일 원만하게 할 수 있게 해주니까 말이다.

원래 아주 큰 사랑은 그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까닭에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일 내리쬐는 햇살, 세상을 정화시켜 주는

바람, 낮과 밤의 순환 등 늘 그곳에 있을 때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온전히 큰 혜택을 받고 사는 것이다.

 

오늘 건강한 밥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함이 전해온다.

소중하게 주어진 하루,

만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미소와 나눔으로 행복한 하루가 시작될 수 있음은

바로 소박한 한 끼의 식사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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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이사를 다닐 때, 그동안 가지고 있던 책들을 많이 정리해서 재활용으로 내놓거나

종로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팔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며

지금까지도 읽고 또 읽는 책이 몇 권 있다.

어느 날 위로와 쉼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면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

그중 하나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책이 있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세계의 명시들을 모아 놓은 시집이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시 한편이 있는데, 아마도 마음 속의

숨겨진 아픔을 대변하면서 위로하는 귀절 들 때문일 것이다.

 

단 하나의 삶

 

어느 날 당신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을 시작했다.

주위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충고를 외쳐댔지만

집 식구들은 불안해 하고

과거의 손길이 발목을 붙잡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결심을 흔들고

마음은 한없이 외로웠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늦고

황량한 밤, 길 위에는

쓰러진 나뭇가지와 돌들로 가득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어둔 구름들 사이로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언제나 당신을 일깨워 준 목소리.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이 무엇인지를.

 

            -  메리 올리버 -

 

우리에게는 남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삶에 대해

오롯이 나를 위해 살아 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

밀리 듯 살다가 어느 날 너무 늦게, 살아보지 못한 삶을 뒤돌아 보며 슬퍼하지 않기.

오늘도 어김없이 시를 읽으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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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의 그림 '카페테리아' 그림을 명화모음집에서 봤는데 그냥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대문에 있는 미술재료 도매상에 가서 아크릴 물감과 붓 세트, 팔레트, 물통,

큰 사이즈의 스케치북 등의 화구를 사서 무작정 그리기 시작했다.

아크릴 물감 사용법을 잘 몰라서 한 가지 물감을 파레트에 풀어서 그리다가,

한참 붓을 씻지않고 놓아두면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 버려서 못쓰게 되었다.

한가지 색깔을 다 칠하면 얼른 물통에 붓을 씻어서 다른 색 물감을 묻히고

그렇게 그림 그리기나 화구에 대한 사용법도 잘 모른 채 그렸던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떠오른다.

 

저 그림을 그렸던 것이 벌써 15년 전 일이다.

그때는 무엇이든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고 공부해 보고 싶은 의욕이 강한 시기

였었다. 그 시절 의미있는 부분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줄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지금쯤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힘든 시기에는 주변에 다가오는 인연들도 그리 큰 역할을 해주는 이가 만나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이제 지난 날을 아쉬워 하기 보다는, 남은 날 동안 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용기있게 도전해 보는 것이 나중에 또다시 후회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멍하니 탁자에 앉아있다.

지난 열정을 기억하는 평화로운 가을밤의 정서 속에서.

 

 

 

 

 

 

And

 

 

아침에 밥을 많이 지은 다음 냄비와 후라이팬에 밥을 두어 주걱 넣고 물을 약간 부어서

평평하고 넓게 펴서 누룽지를 만들었다. 요즘은 공장에서 만들어서 파는 누룽지도 많지만

이렇게 가끔씩 한꺼번에 누룽지를 만들어 놓고 아침에 끓여 먹으면 구수하고 소화도 잘된다.

꽤 여러 장 만드느라 한나절이 걸렸지만 다 만들어 식혀 놓으니 한동안 먹을 식량이 준비 된

것 같아 뿌듯한 느낌이 든다.

 

평상시에도 누룽지가 먹고 싶을 때는 뚝배기에 밥을 보글보글 끓여서 밥을 푸고 난 후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 먹으면 아주 구수하고 감칠맛이 난다.

예전에 엄마는 누룽지를 별로 안좋아 하시면서도 늘 혼자서 드시곤 했다.

"엄마 억지로 드시지 말고 나 주세요. 난 누룽지가 아주 좋아요" 하면서 누룽지 그릇을

내 앞으로 끌어다 놓고는 맛잇게 먹곤 했다.

 

누룽지 끓인 숭늉에서는 엄마냄새가 난다.

구수하고 따끈함이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와 꽁꽁 언 손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 녹여주던 엄마 닮은 누룽지.

한 켠에 수북이 쌓아 놓고는 마치 무슨 큰 일이나 해놓은 것처럼 행복하다.

 

어떤 음식을 먹다보면 누군가가 생각날 때가 있다.

그 음식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정서가 담겨있어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햇살 따뜻한 휴일에 소박한 식량 장만을 하면서 이런저런 옛 기억들이 

떠올라 새삼 살아온 시간을 살며시 돌아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로 부터 아주 먼 길을 걸어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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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 즈음 까지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줄거라고 믿었다.

손꼽으며 언제나 선물을 받을까 하고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어떤 날 우연히 엄마 재봉틀 옆 서랍을 열었는데 한지로 포장된 목각인형 2개가 있었다.

"엄마 이거 뭐지잉~" 인형을 들고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며 물었다.

"응 그거 산타 할아버지가 너 선물 주려고 미리 거기 넣어놓으신 거야" 하며 슬며시 미소 지으셨다.

그때부터는 선물의 정체를 눈치 챈 것이다.

모르고 마냥 기다리던 때가 좋았는데.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되서 아들녀석에게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다가

아이도 자라면서 나처럼 산타가 없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이 오는 반복과 순환 이었다.

이제 그 모든 기억이 희미해 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도 누군가 나의 산타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지 않을까?'

사비를 투자해서 초코렛, 사탕을 사무실 탁자 한 켠에 예쁘게 쌓아 놓았더니

일 보러 온 사람들이 무척 즐거워 하며 아이같은 눈빛으로 간식을 고르는 모습에 미소 짓는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어린시절 산타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무거운 물건 배달해 주시는 택배기사님들께 여름엔 생수를 얼려서 살짝 녹혀서 시원하게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해서 건네면 활짝 웃는 기사님 얼굴에 흐믓해 지곤한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작은 카드에 '한해동안 무더위와 추위 속에서도

변함없이 애써주신 덕분에 이곳의 업무가 원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써서

작은 과일 한 상자씩 오시는 분들에게 대략 10분 정도 전해 드리고 있다.

그분들이 선물 받으시면서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엄청 뿌듯함을 느낀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서 우체부 아저씨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편히 앉아 쉴 수도 없는 팍팍한 삶에

누군가 건네는 생수 한병, 물 한잔이 작은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높은 자리에서 일하는 분들이야 챙기지 말라고 해도 다들 먼저 우대해 주겠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눈여겨 찾아내 챙기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 일을 하느라 죽어서야 되겠나 싶어 참 마음이 아려온다.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덜어 내면서 사는 삶이

각박하지 않아서 좋고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살다가 마지막 순간이 오면 지난 삶을 절대 후회하지 않고

평온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