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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처럼 그저 스쳐가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by 바다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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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를 살아낼 밥 한 공기 밥처럼

2.그대 생각만 해도 나는 든든하다

3.꽃을 건넨 손에서는 향기가 난다

4.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김경집 작가의 '위로가 필요한 시간' 부제는 '아픈 마음 다독이고, 힘든 일 보듬는' 이라고 쓰여있다.

시간과 분 단위로 한 순간도 멈춤 없이 달라지는 수많은 정보의 물결 속에서, 모두들 무엇이라도

더 소유하고 싶고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끊임없이 위를 향해 몰아치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가끔 후우~ 하는 낮은 숨소리를

내곤 한다. 그런 순간 수많은 책들 속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이 책이다.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 되어 있는 글 속에서 '아버지의 눈물' 이라는 글을 보면서 자꾸 눈가가

촉촉해졌다. 시골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힘겹게 살아 온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졸로 서울공단에 입사하여 일하던 중 결혼을 하고 경제적으로 너무 가난하다 보니 중동

사막에서 5년 동안 고생해서 집을 겨우 마련했다.

 

두 아이를 키워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데 표현이 서툰 아버지와 아들은 늘 어색하다.

어느날 아들이 아버지 발을 씻겨 드리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버지 발 씻겨 드리는 것이 숙제예요" 라고 쑥스러워 한다.

아들이 아버지 발을 씻겨 드리면서 거친 아버지의 투박한 발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소주를 마시며 마음 속의 얘기를 풀어 놓는다.

 

아버지는 "나도 때로는 위로 받고 싶을 때가 있더구나" 라며 쑥스러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나누는 시간 속에서 서로 손님이 아니라 동지임을 깨닫는 이야기 였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글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건물' 이다.

어느 회사에 근무하는 과장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창틀에 캔 커피가 놓여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깨끗하게 청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화씨 힘내세요!" 라는 포스트 잇이 붙여있는 것을 보고 흐믓한

웃음을 지었다. 그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한 청소부 아주머니를 보더니 손을 흔들고, 그 아주머니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모습을 그 회사의 회장이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청소부 아주머니를 불러서 둘이

어떤 사이인지를 묻자 엄마와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청소부 일을 하는

어머니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장은 두 사람이 부럽다고 말하면서 혹시 일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물었다. 식사 할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자 무료식사를 제공해 주도록 배려하였다.

화장실 창틀에 캔커피를 놓은 사람은 바로 청소부 아주머니의 아들이 다른 청소하는 분들을 배려하려는

마음에 놓은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화장실 한 켠에는 여러사람이 동참하여 늘 음료수와 작은 메모가

놓여있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그 회사 건물보다 더 깨끗한 곳은 없다. 가족이 근무하는 회사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터가 되었기 떄문이다.

 

책 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경비아저씨, 청소부 아주머니, 택배기사, 우편집배원,,  이들은 모두 일하는데 필요한 명칭일 뿐 그들의

이름은 아니다. 이름을 내놓지 않고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묵묵하게 자신의 주어진 일을 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의 삶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불편한 곳에 구부리고 앉아서 식사해도 괜찮은

사람은 없으며, 함부로 해도 괜찮은 사람 또한 없다. 그분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돌아가신지 13년이 지났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의 엄마생각이 났다. 아마 그때 어머니

연세가 65세 정도 되셨던 것 같은데 서울 광교에 있는 빌딩에서 청소일을 하신다고 했다. 살고 계신 집에서

한달에 월세가 300만원 가까이 나오니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도 아버지께서 돈을 워낙 못쓰게 하는

분이라 살림에 필요한 만큼도 잘 주지 않으시니 답답해서 그러셨던 것이다.

 

하루는 그 빌딩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는데, 빌딩 입구에서 만난 어머니는 청소부 옷을 입고 딸을 마중

나오셨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초라한 어머니 모습이 너무 속상했고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었다.

어머니께서는 무척 여장부의 기질을 가지셨고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았는데, 인정많고 활짝 웃으시는

성품이기에 그곳에서도 사람들과 아주 잘 지내셨고 힘든 일도 마다않고 씩씩하게 해내셨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때 어머니 모습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 했던 나 자신이 오히려 부끄럽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온다. 나이가 많아지면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에서, 동 트기 전 세상이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에 일터로 향하셨을 어머니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를 존경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지금은 미소 지으시는 환한 얼굴을 마주할 수 없지만

지혜로운 품성과 주변을 감싸 안으시는 넓은 품으로 살아오신 어머니를 많이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아주 작은 손길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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