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길거리를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처럼 그저 스쳐가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by 바다시선

NOTICE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18)
일상의 풍경을 쓰다 (4)
별 하나 그리움 하나 (4)
오늘은 뭐 먹을까 (4)
북 힐링 이야기 (2)
여행을 떠나자 (1)
시 한모금 차 한모금 (0)
취미는 뭔가요 (1)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ARCHIVE

LINK



 

7살때 즈음 까지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줄거라고 믿었다.

손꼽으며 언제나 선물을 받을까 하고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어떤 날 우연히 엄마 재봉틀 옆 서랍을 열었는데 한지로 포장된 목각인형 2개가 있었다.

"엄마 이거 뭐지잉~" 인형을 들고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며 물었다.

"응 그거 산타 할아버지가 너 선물 주려고 미리 거기 넣어놓으신 거야" 하며 슬며시 미소 지으셨다.

그때부터는 선물의 정체를 눈치 챈 것이다.

모르고 마냥 기다리던 때가 좋았는데.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되서 아들녀석에게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다가

아이도 자라면서 나처럼 산타가 없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이 오는 반복과 순환 이었다.

이제 그 모든 기억이 희미해 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도 누군가 나의 산타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지 않을까?'

사비를 투자해서 초코렛, 사탕을 사무실 탁자 한 켠에 예쁘게 쌓아 놓았더니

일 보러 온 사람들이 무척 즐거워 하며 아이같은 눈빛으로 간식을 고르는 모습에 미소 짓는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어린시절 산타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무거운 물건 배달해 주시는 택배기사님들께 여름엔 생수를 얼려서 살짝 녹혀서 시원하게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해서 건네면 활짝 웃는 기사님 얼굴에 흐믓해 지곤한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작은 카드에 '한해동안 무더위와 추위 속에서도

변함없이 애써주신 덕분에 이곳의 업무가 원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써서

작은 과일 한 상자씩 오시는 분들에게 대략 10분 정도 전해 드리고 있다.

그분들이 선물 받으시면서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엄청 뿌듯함을 느낀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서 우체부 아저씨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편히 앉아 쉴 수도 없는 팍팍한 삶에

누군가 건네는 생수 한병, 물 한잔이 작은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높은 자리에서 일하는 분들이야 챙기지 말라고 해도 다들 먼저 우대해 주겠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눈여겨 찾아내 챙기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 일을 하느라 죽어서야 되겠나 싶어 참 마음이 아려온다.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덜어 내면서 사는 삶이

각박하지 않아서 좋고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살다가 마지막 순간이 오면 지난 삶을 절대 후회하지 않고

평온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