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때 즈음 까지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줄거라고 믿었다.
손꼽으며 언제나 선물을 받을까 하고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어떤 날 우연히 엄마 재봉틀 옆 서랍을 열었는데 한지로 포장된 목각인형 2개가 있었다.
"엄마 이거 뭐지잉~" 인형을 들고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며 물었다.
"응 그거 산타 할아버지가 너 선물 주려고 미리 거기 넣어놓으신 거야" 하며 슬며시 미소 지으셨다.
그때부터는 선물의 정체를 눈치 챈 것이다.
모르고 마냥 기다리던 때가 좋았는데.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되서 아들녀석에게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다가
아이도 자라면서 나처럼 산타가 없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이 오는 반복과 순환 이었다.
이제 그 모든 기억이 희미해 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도 누군가 나의 산타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지 않을까?'
사비를 투자해서 초코렛, 사탕을 사무실 탁자 한 켠에 예쁘게 쌓아 놓았더니
일 보러 온 사람들이 무척 즐거워 하며 아이같은 눈빛으로 간식을 고르는 모습에 미소 짓는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어린시절 산타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무거운 물건 배달해 주시는 택배기사님들께 여름엔 생수를 얼려서 살짝 녹혀서 시원하게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해서 건네면 활짝 웃는 기사님 얼굴에 흐믓해 지곤한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작은 카드에 '한해동안 무더위와 추위 속에서도
변함없이 애써주신 덕분에 이곳의 업무가 원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써서
작은 과일 한 상자씩 오시는 분들에게 대략 10분 정도 전해 드리고 있다.
그분들이 선물 받으시면서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엄청 뿌듯함을 느낀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서 우체부 아저씨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편히 앉아 쉴 수도 없는 팍팍한 삶에
누군가 건네는 생수 한병, 물 한잔이 작은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높은 자리에서 일하는 분들이야 챙기지 말라고 해도 다들 먼저 우대해 주겠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눈여겨 찾아내 챙기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 일을 하느라 죽어서야 되겠나 싶어 참 마음이 아려온다.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덜어 내면서 사는 삶이
각박하지 않아서 좋고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살다가 마지막 순간이 오면 지난 삶을 절대 후회하지 않고
평온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