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호의 그림 '카페테리아' 그림을 명화모음집에서 봤는데 그냥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대문에 있는 미술재료 도매상에 가서 아크릴 물감과 붓 세트, 팔레트, 물통,
큰 사이즈의 스케치북 등의 화구를 사서 무작정 그리기 시작했다.
아크릴 물감 사용법을 잘 몰라서 한 가지 물감을 파레트에 풀어서 그리다가,
한참 붓을 씻지않고 놓아두면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 버려서 못쓰게 되었다.
한가지 색깔을 다 칠하면 얼른 물통에 붓을 씻어서 다른 색 물감을 묻히고
그렇게 그림 그리기나 화구에 대한 사용법도 잘 모른 채 그렸던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떠오른다.
저 그림을 그렸던 것이 벌써 15년 전 일이다.
그때는 무엇이든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고 공부해 보고 싶은 의욕이 강한 시기
였었다. 그 시절 의미있는 부분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줄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지금쯤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힘든 시기에는 주변에 다가오는 인연들도 그리 큰 역할을 해주는 이가 만나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이제 지난 날을 아쉬워 하기 보다는, 남은 날 동안 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용기있게 도전해 보는 것이 나중에 또다시 후회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멍하니 탁자에 앉아있다.
지난 열정을 기억하는 평화로운 가을밤의 정서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