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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처럼 그저 스쳐가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by 바다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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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이사를 다닐 때, 그동안 가지고 있던 책들을 많이 정리해서 재활용으로 내놓거나

종로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팔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며

지금까지도 읽고 또 읽는 책이 몇 권 있다.

어느 날 위로와 쉼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면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

그중 하나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책이 있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세계의 명시들을 모아 놓은 시집이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시 한편이 있는데, 아마도 마음 속의

숨겨진 아픔을 대변하면서 위로하는 귀절 들 때문일 것이다.

 

단 하나의 삶

 

어느 날 당신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을 시작했다.

주위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충고를 외쳐댔지만

집 식구들은 불안해 하고

과거의 손길이 발목을 붙잡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결심을 흔들고

마음은 한없이 외로웠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늦고

황량한 밤, 길 위에는

쓰러진 나뭇가지와 돌들로 가득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어둔 구름들 사이로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언제나 당신을 일깨워 준 목소리.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이 무엇인지를.

 

            -  메리 올리버 -

 

우리에게는 남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삶에 대해

오롯이 나를 위해 살아 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

밀리 듯 살다가 어느 날 너무 늦게, 살아보지 못한 삶을 뒤돌아 보며 슬퍼하지 않기.

오늘도 어김없이 시를 읽으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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