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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처럼 그저 스쳐가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by 바다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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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몸살로 몹시 아파서 몸져 누웠을 때 식사도 하기 힘들었던 날이었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날, 문득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학창시절 잠결에 들려오던 엄마의 음식 만드는 도마소리, 그리고 보글거리는

된장찌게가 올려져 정성껏 차려주신 엄마 밥이 너무도 그리워졌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그 음식을 먹으면 당장 몸이 나을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낮에 자주 만나 함께 손잡고 다니던 남대문 시장, 비좁은 자리에 서로 비비고 않아 먹던

잔치국수집, 얼마전 가보니 그 국수집은 다른 가게로 바뀌어 흔적이 없어져서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다들 무언가 챙겨주길 바라는 친척들 치닥거리를 묵묵히 맏며느리라는 죄목같은 이름으로

씩씩하게 해내시던 분이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마 3년 정도는 함께 다니던 장소만 지나쳐도 눈물이 났다.

이제 다시는 같이 손잡고 올 수 없는 걸 알기에.

 

무엇인가 고민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가늠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럴때 엄마가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든든한 지원군이고 나무처럼 우뚝 서 계시던 그 자리.

이제 나도 엄마이고 그 자리에 서 있지만, 우리 엄마만큼 그렇게 희생적으로 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평생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셨던 엄마는 자식들을 충분히 교육시켜 주셨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다 왔다고 얘기 해드리고 싶다.

그러니 이제 남은 삶을 멋지게 하고싶은 일을 하다가 후회없이 떠날 수 있도록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다시 한번 날아오르고 싶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읽었던 갈매기 조나단 처럼 날아보자.

가장 높이, 가장 멀리 후회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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