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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처럼 그저 스쳐가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by 바다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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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이어서 여유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이틀동안 티비를 아예 켜지도 않았었는데 식사를 하면서 틀어놓고 '우아한 가' 라는

드라마를 연속해서 보았다. 휴일 하루는 더욱 빠르게 지나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너무

게을러지면 안되겠다 싶어 운동화를 신고 아파트 건너편 공원으로 걷기를 나섰다.

 

공원 안에서 운동기구로 여러가지 근력운동을 하고는 공원 밖 아파트 쪽으로 넓게

걸어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걷다가 참 오랫만에 눈에 띄는 공중전화 박스가 있어

왠지 옛날 생각도 나고 정겨워서 휴대폰으로 찍었다.

 

공중전화박스를 지나 토박토박 걸어가다가 문득 대학교 때 기억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날 집에서 통화하기 불편해서 덜덜 떨면서 오랫동안 남자친구랑 전화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삐삐도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친구가 "밖에서 오래 전화 하느라 많이 춥겠다" 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아니, 두껍게

입고 나와서 하나도 안추워" 그랬었다.

사실은 엄청 추워서 덜덜 떨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 했으니.

애틋한 모습 생각하면서 좋아하는 남친 목소리 듣는데 추운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지금은 핸드폰으로 온갖 기능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세상이지만 예전엔 집전화로 해서

엄마나 식구가 받아서 바꿔줘야만 통화 할 수 있는 때여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전화가 언제 올까 하면서 집전화 옆을 지키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설레면서 기다려지는

그 누군가가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 이었다.

 

스무살, 지금 생각 해보면 참 고운 나이였을 때였다.

손만 잡아도 큰일 나는 줄 알 정도로 지나치게 순진했던 아주 오래 전 내 모습이 생각나

혼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아주 짧은 스커트도 과감히 입어보고

연애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이왕 주어진 시간 좀더 넓게 경험해 보고, 배낭여행도 씩씩하게

떠날 수 있는 그런 멋진 삶을 살아 볼 것 같다.

사실 무엇을 시도하는 것에 나이가 많아서,, 라는 말은 참 치사한 자기변명 이라는 걸 알고있다.

하지만 이 나이에 그러고 다니면 다른이들 안구정화 차원에서 참는 것이 세상에 도움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공중전화에서 오래 전 마음 설레이게 했던 그 사람에게 전화하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는 그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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