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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처럼 그저 스쳐가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by 바다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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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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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9.10.11
    바람부는 토요일 창밖 풍경 속에서
  5. 2019.10.11
    부산 바다를 가보셨나요

올해 여름 장마철에 비가 거의 오지 않더니 가을이 되면서

청아한 하늘 보기가 정말 힘들었다.

휴가에도 계속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추석에도 비가 내리니

맑은 날, 뭉게구름이 참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푸르면 고마운 줄 모르고 그런가 보다 했겠지만

몇주 내내 흐리고 비오다가 쾌청까지는 아니어도

푸른하늘 뭉게구름이 보이니 적잖이 반갑다.

 

부모님 곁에 있을떄는 당연히 계시거니 하면서

고마움도 모르고 투정하기도 하고 원망도 했던 것 같은데

이제 두 분 다 안계시니 함께 하며 웃을 수 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 순간들 이었는지 떠올려 본다.

 

지금 주변 가까이 있는 인연들도

언젠가는 세상에서 마주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마주하고 웃을 수 있는 동안

많이 사랑하고 토닥이며 소중하게 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화 보다 생화를 더 소중하게 대하는 것은

피고 지는 생명의 순환이 담겨있기 떄문일 것이다.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해야 겠다.

그래야 세상에서 내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이 와도

후회하지 않을테니까.

 

아직 활짝 개인 날씨가 아니어도

잠시 푸르른 얼굴이 고개 내민 아래로

하이얀 뭉게구름 떠있는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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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아주 오래 전 몸살로 몹시 아파서 몸져 누웠을 때 식사도 하기 힘들었던 날이었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날, 문득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학창시절 잠결에 들려오던 엄마의 음식 만드는 도마소리, 그리고 보글거리는

된장찌게가 올려져 정성껏 차려주신 엄마 밥이 너무도 그리워졌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그 음식을 먹으면 당장 몸이 나을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낮에 자주 만나 함께 손잡고 다니던 남대문 시장, 비좁은 자리에 서로 비비고 않아 먹던

잔치국수집, 얼마전 가보니 그 국수집은 다른 가게로 바뀌어 흔적이 없어져서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다들 무언가 챙겨주길 바라는 친척들 치닥거리를 묵묵히 맏며느리라는 죄목같은 이름으로

씩씩하게 해내시던 분이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마 3년 정도는 함께 다니던 장소만 지나쳐도 눈물이 났다.

이제 다시는 같이 손잡고 올 수 없는 걸 알기에.

 

무엇인가 고민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가늠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럴때 엄마가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든든한 지원군이고 나무처럼 우뚝 서 계시던 그 자리.

이제 나도 엄마이고 그 자리에 서 있지만, 우리 엄마만큼 그렇게 희생적으로 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평생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셨던 엄마는 자식들을 충분히 교육시켜 주셨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다 왔다고 얘기 해드리고 싶다.

그러니 이제 남은 삶을 멋지게 하고싶은 일을 하다가 후회없이 떠날 수 있도록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다시 한번 날아오르고 싶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읽었던 갈매기 조나단 처럼 날아보자.

가장 높이, 가장 멀리 후회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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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엄마, 나 입안이 헐어서 따가워요" 하고 응석어린 표정으로 입을 아~ 벌리면

미리 만들어 두셨던 하얀 백반가루를 입안에 발라 주시곤 했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마 한 40대쯤 이었던 것으로 기억 나는데

어느날 백반 덩어리를 오래도록 팬에 정성껏 볶아 고운 가루를 만들어서

두고두고 입이 헐었을 때 쓰라고 들고 오셨다.

나중에 무엇인지 모르면 안되니까 어눌한 글씨로 '백반' 이라고

또박또박 써주신 그 마음을 알것 같은 지금, 어머니 모습은 마주 할 수가 없다.

요즈음도 피곤하거나 하면 간간이 입 속이 따갑고 헐곤 하는데

그때마다 면봉에 묻혀 며칠동안 발라주면 신기하게 낫는다.

'백반'이라는 글씨를 볼때마다 엄마 마음이 생각나서 찡하다.

 

오빠만 둘 있고 막내딸로 자라나다 보니 아버지 엄마 사랑을 많이 받았다.

큰오빠랑은 8살 차이, 작은 오빠랑은 살 차이라서 서로 싸움 상대가 안되다 보니

크게 다투거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던 듯하다.

막내이고 딸이고 하니 일 많은 우리 엄마를 좀 도와드렸으면 좋으련만

밥상에 수저 놓는 일도 시키지 않으면 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딸이었다.

9남매의 맏며느리 노릇을 하느라 삼촌, 고모들을 차례로 결혼 시키느라 애쓰고

시골에 사는 사촌조카들이 조금 아프거나 하면 서울 우리집으로 올려보내

치료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 모든 치닥거리를 묵묵히 해내시는 엄마를 왜 그리도 도와드리는 일손이

되어 드리지 못했는지 못내 죄송한 마음 가득하다.

 

양반집 여자들은 글을 배우거나 교육을 시키지 않는 관습 때문에

학교에 다니신 적이 없었다.

한글을 꺠우치신 것도 몰래 숨어서 야학에서 어깨너머로

배우셨다고 한다.

평생 배우지 못한 것이 깊은 한이 맺혀서

자식들 셋은 모두 서울에서 대학을 보내 가르치셨다.

학교에 다니신 적이 없지만, 타고난 지혜로움과 명석한 두뇌로

집안일 처리하시는 현명함을 갖추셨고 집안을 부유하게 일구시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이셨다.

 

살아계실 때 모습으로 마주 할 수 없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엄마의 깊은 지혜를 생각하면서

삶의 기준을 잡곤 한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셨으며,

가장 좋은 친구였던 엄마가 나의 어머니 이셔서 참 고마울 따름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순간순간 문득 내가 엄마를 많이 닮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태어나셔서

더 멋진 삶을 살고 계실거라고 믿는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걸어간다면

나중에 엄마를 만나면 활짝 웃으며 반갑게 안으며 토닥여 드리면서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제 곁에 머무시는 동안 정말 행복했고 참 많이 존경하고 사랑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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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드리운 하늘, 휘몰아 치는 거친바람이

주말 내내 역동적인 나무들의 흔들림을 연출하였다.

여유로운 휴일이어서 꼼짝않고 집에서 지내는 하루다.

태풍이 몰려오는 날,

어쩔 수 없이 휴일에도 밖에서 일하는 분들이

참 힘든 하루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아주 느긋하게 어제 지인이 준 고구마를 쪄서

싱싱한 새싹 위에 건크린베리, 호두, 호박씨를 얹어서

올리브유 드레싱을 해서 한접시에 놓으니

보기만 해도 기분좋은 한끼 식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바람이 거센 날,

따뜻한 커피 한 잔 손으로 감싸며

바람부는 창밖을 바라볼 수 있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찬찬히 둘러본다.

 

땀흘려 주어진 일을 하는 세상사람들이 있어

내게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수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평화로운 토요일 속에 서 있음이

더없이 포근한 느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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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지막 주 휴가를 내어 아주 오래전 부터 꿈 꾸었던 나 홀로 여행을 떠났다.

일상을 이어 가면서도 언제든 바다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주어진 일들 속에 마치 보이지 않는 밧줄로 내가 나를 묶어 놓은 듯

일상의 반복을 벗어나 멀리 떠나기 쉽지 않았었다.

아니 사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누구와 같이 가는 여행이 아닌

오직 혼자하는 여행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두렵고 겁이 났다.

다른 사람들이 왜 혼자 다닐까, 하고 이상하게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온갖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그렇게 긴 시간 망설였다는 것이다.

 

부산행 시외버스에 올랐을 떄 마음속엔 작은 설레임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도 벼르기만 하다가 바다로 혼자가는 여행에 첫 발을 뗀 것이다.

익산에서 부산까지 대략 3시간 15분쯤 걸렸는데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아서

창밖을 보며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부산 노포동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대합실은 서울의 80년대 느낌이랄까 어묵이나 떡볶기 등을 파는 가게들이 보였고

타지로 오고가는 낯선 사람들의 무리가 오가고 있었다.

부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전철노선이 잘 되어 있어서

여행하는 사람들이 여러곳을 찾아 다니기 수월하게 되어 있었다.

 

이번 여행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그동안 한참이나 못보았던 바다를 2,3일 동안 실컷 느끼며 쉬기로 정했다.

송정해수욕장 근처의 숙소에 도착해서 베란다를 열고 나가니

시원하게 펼쳐진 푸르른 부산바다가 낯선 여행자를 반기고 있었다.

 

세상사는 모든 힘든 무게들을, 마치 그런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바다의 청아한 바람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듯 했다.

맑은 하늘, 구름하늘 그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다풍경을

어느 하나도 잊지 않으려는 것처럼

오래도록 바다를 눈에 담고 마음 한켠에도 한가득 담았다.

2박3일 동안 뒹굴거리며 책도 읽고, 밖에 나가서 산책하면서 주변 식당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식사를 했다.

 

이제 어느 곳이든 혼자서 여행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용기를 낸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 하면서

다음 부산여행 때는 시장구경도 하고 여러 곳을 돌아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고요한 시간이면 푸르른 송정의 바다가

마음 속에 잔잔한 설레임의 파도를 치는 것을 느낀다.

 

 

And